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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피는 꽃 아이를 안고 택시를 탔다. 5살이 되는 아이를 장애전담 어린이집에 등록하기 위해 상담받으러 가는 길이었고 내 불안이 아이에 대한 말들로 이어졌던가. 택시 기사님은 일반 아이들과 같이 학교에 보내면 안 된다고 우리 아이로 인해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 거라며 어찌나 매섭게 얘기를 하던지. 상처를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어리둥절했던 그날의 기억은 타인의 시선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어버렸다. 이후로도 말할 수 없이 무심한 듯, 알고도 모른 듯, 모르고도 아는 듯 상처를 베어 물며 무릎이 꺾이고 세상 앞에 비루한 몸뚱이가 된 것 같은 경험 속에서도 자세를 세우며 살아내다 보니 힘이 생겼나 보다. 내가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으니 모르면 그래 그럴 수도 있다 이해하게 된다. 세상에 태어나서 경험할 수 있으리..
지현이에게 2010.11.4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씻자는 엄마 말에 그리던 그림을 마저 그리겠다는 의사 표현을 하는 너. 학교에 가는 날이야. 빨리 학교 다녀와서 그리던 거 마저 그리자. 엄마의 말에 겨우 어쩔 수 없다는 몸짓으로 일어나는 너. 언제쯤 학교에 가는 일이 당연한 일이 될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다가도 지난 시간들을 생각하면 이만큼도 감사하지 하곤 곧바로 마음을 추스르게 되네. 유치원, 초등학교부터 학교라면 무조건 안 가려는 너를 등교시키기 위해 세수부터 옷 입기까지 몽땅 엄마 손으로 해서 거의 끌고 가다시피 교실에 들여놓고 울면서 돌아오는 날이 허다했었고 마음을 열지 않고 무엇이 그리 두려운지 교실 책상에서 꼼짝도 못 하고 긴장하고 앉아만 있다가 오는 너를 아프게 바라보던 날들을 지나 그나마 학교에 마음을 주고 친..
큰 딸 2010.1.27 친하게 지내는 자폐성 장애 아이의 엄마가 그랬다. 씩씩해 보이기만 하던 그 엄마도 어느 날은 너무나 답답해서 아이들이 보지 않고 누가 듣지 않을 만한 곳을 찾아서 들어간 곳이 화장실이었다고. 화장실에서 물 틀어놓고 한참을 울다 나왔는데 다음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래층 여자가 너무 속상해하시지 말라고 말을 건네는데 그 순간이 죽기보다 싫었다고 했다. 일요일. 작년 여름방학에 끝냈던 중국어를 선생님께서 굳이 보충수업을 해주시겠다고 오셨다. 수업은 그만두시고 차 마시자며 이끌어도 고집스럽게 수업을 마치시고, 거실에 마주 앉아 거의 3년 가까이 보고 지낸 정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자신이 쌍둥이라는 것과, 쌍둥이 동생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으며 그로 인한 사춘기, 아니 한국으로 시집오기 전까지 고통스러웠..
장애아이는 왜 내 자식이면 안 되는가? 2014.1.22 나는 지현이의 장애를 아이 6개월이 넘어서 알았다. 태어날 때부터 감기를 달고 살아서 병원 문이 닫히기 직전 퇴근시간을 맞춘 남편과 함께 가느라 마지막 손님이기 일쑤였는데 어느 날 할머니 의사 선생님이 큰 병원에 가서 장애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였다. 태어날 때 병원에서 말을 안 해주더냐면서 사색이 된 내 얼굴을 보기 딱하셨는지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을 탓하시는 소리를 뒤로 하고 남편이 기다리던 승용차에 무너지듯 앉으며 선생님이 병원에 가서 검사 받아보라더란 말을 울음 반 정신없이 던졌던 것 같다. 그 순간 앞좌석 남편의 상체가 휘청하였는데 그 많은 시간을 보내고도 생생하다. 이후 한 달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처음으로 술에 취해 직원 등에 업혀 들어오는 남편을 보기도 했고 아닐 거야를 무시로 염불 외듯..
부모의 마음 아이를 낳고 부모로 산다는 것은 인생의 또 다른 문을 여는 과정이다. 특히 장애 아이를 낳는 순간 마치 예정된 수순처럼 따라오는 주변의 무지한 언어들의 타격감에 휘청거리고 부모이기 전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송두리째 의심받게 되면서 그동안 살아왔던 삶에 대한 자부심이 이토록이나 힘이 없을 수도 있나 아연해지는데 역설적이게도 그 순간이 두 아이를 끌어안고 살아나가야만 하는 어미로서의 힘이 발현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다운증후군 아이들의 특성인 사회성이 좋다는 그 단어가 우리 지현이에게는 전혀 성립이 되지 않아 밖에 나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주어야만 하는 사람의 그것처럼 치열하고 완강한 거부로 시작되는 것이어서 항상 아이의 감정에 이입된 엄마를 슬프게 했는데 그 ..
스케치들
그림들
독특해도 괜찮아 / 배리 프리전트, 톰 필즈메이어 [독특해도 괜찮아] 배리 프리전트·톰 필즈메이어 지음 / 한상민 감수 / 김세영 옮김 / 예문 아카이브 2012 미 하원 정부 개혁 위원회가 자폐증 급증을 두고 연 청문회의 증인 중 한 명인 마이클은 자폐증을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취급하는 데는 '어떤 의학적인 근거'도 없다는 증언을 했다. 그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다. "자폐증이라는 장애가 있든 없든, 사람은 성장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고요." 본문에서 로스는 자폐증이 있는 사람이 공황 상태에 빠지거나 불안해할 때, 부모와 전문가들이 할 수 있는 일들도 정확히 짚어 주었다. "여기저기 만지지도 말고 말도 많이 하지 말아 주세요. 그냥 조용히 곁에 있어 주세요. 보이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