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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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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형제 자매들은 어떤 상태인지 알려주세요 오늘 온라인 연수 마지막에 교수님이 질문을 채팅창에 올려달라고 하셨는데 한 선생님이 장애인을 동생이나 형, 누나로 둔 형제들의 상태를 알고 싶어 하셨다. 교수님의 답변을 들으며 다소나마 내 경험이 도움이 되길 바랐지만 그냥 이렇게 혼자서 얘기하게 된다. 선생님의 질문은 직업특성상 학교에 다니고 있는 형제자매들의 청소년기 통과 과정을 지켜보며 걱정반 우려반 부정적 감정이 더 많은 상태인 것 같았다. 방황의 시간이 개개인마다 다 다르겠고 그 시간을 통과하는 과정이 힘들다고 피할 수 있는 길이 아니어서 더 많이 아프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짐작해 보지만 그럼에도 장애 형제자매의 유무가 본질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일부의 변명은 될 수 있어도 필연적 인과관계는 아닐 거라는 확신이 있다. 나의 경험을 한정해서 얘기한..
세바시 강연을 보고 난 외롭다. 두렵다. 나 같은 이는 장애로 왜 태어났을까? 괜히 낳아보네. 괜히 나왔다. 난 외톨이야. 놀 친구가 없다. 나는 왜 그랬을까. 난 내가 궁금하다. 내가 왜 또래 아이들과 놀림감이 됐을까? 난 고민이다. 내 인생이 너무나 힘들다. 그래도 쉬고 싶다. 자고 싶다. 울고 싶다. 울 때는 울어야 한다. 기쁠 때는 기뻐야 한다. 나도 참 모른다. 그만 해야지. - 세바시 강연중 정은혜씨의 자작시. 카톡이 울리고 오랜만에 연결된 지인들은 지현이를 얘기한다. 우리들의 블루스 이후 은혜씨가 방송에 나온 날인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우리 지현이도 그림 잘 그리는데.. 전시회라도..." 말줄임 그 뒤의 열망을 느끼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웃음으로 정리를 한다. 은혜씨는 자신이 전면에 나서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
한약 다이어트 체중관리에 무언가는 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가 지인의 권유로 두어 달 고민한 끝에 한약 다이어트를 해보기로 했다. 본인이 체중을 줄이겠다는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이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이대로 조금이라도 느는 체중을 멀뚱이 바라보고 있는 것도 올바른 일은 아니다 싶어 결정했다. 일단 세 끼를 조금씩 먹고, 중간에 방울토마토나 당근으로 간식을 먹는 방법인데 1일 2식을 했던 지현이라서 밥의 양을 줄이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횟수가 늘어난 데다 간식까지 먹게 되니 크게 힘들어하지 않고 지금까지 지내고 있다. 다이어트 시작에 모든 음식을 각자의 그릇에 담아 정량을 먹는 방식으로 바꾸었더니 다 차려놓고 먹었을 때 지현이가 빠른 속도로 우리의 포만감을 훨씬 앞서갔다는 ..
걷기 작년부터 우리의 화두는 지현이의 걷기이다.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걷기가 생활이었는데 작년 초부터 코로나로 집 밖에 몇 달을 나가지 못하면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다. 재작년 폐렴에 걸렸을 때 입원 거부로 끝내 링거를 달고 집으로 향했던 그 두려움이 코로나를 대하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가지게 만들었다. 센터가 쉬지 않을 때도 보내지 않았던 날에 공식적인 센터 휴원기간까지 더해 많은 시간 집에만 있다가 움직임이 가능해진 4월 정도부터 집 앞 강변을 걷는 운동을 시작했는데 걷는 모습도 달라졌고, 걸을 수 있는 거리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작년 초 내 근무지 이동과 여러 사정으로 지현이 센터도 집 근처로 바꾸었는데, 새로운 환경에서 지현이가 마음을 열기까지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은 결과적으로 급격한 운동량 감소..
흔들리며 피는 꽃 아이를 안고 택시를 탔다. 5살이 되는 아이를 장애전담 어린이집에 등록하기 위해 상담받으러 가는 길이었고 내 불안이 아이에 대한 말들로 이어졌던가. 택시 기사님은 일반 아이들과 같이 학교에 보내면 안 된다고 우리 아이로 인해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 거라며 어찌나 매섭게 얘기를 하던지. 상처를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어리둥절했던 그날의 기억은 타인의 시선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어버렸다. 이후로도 말할 수 없이 무심한 듯, 알고도 모른 듯, 모르고도 아는 듯 상처를 베어 물며 무릎이 꺾이고 세상 앞에 비루한 몸뚱이가 된 것 같은 경험 속에서도 자세를 세우며 살아내다 보니 힘이 생겼나 보다. 내가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으니 모르면 그래 그럴 수도 있다 이해하게 된다. 세상에 태어나서 경험할 수 있으리..
지현이에게 2010.11.4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씻자는 엄마 말에 그리던 그림을 마저 그리겠다는 의사 표현을 하는 너. 학교에 가는 날이야. 빨리 학교 다녀와서 그리던 거 마저 그리자. 엄마의 말에 겨우 어쩔 수 없다는 몸짓으로 일어나는 너. 언제쯤 학교에 가는 일이 당연한 일이 될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다가도 지난 시간들을 생각하면 이만큼도 감사하지 하곤 곧바로 마음을 추스르게 되네. 유치원, 초등학교부터 학교라면 무조건 안 가려는 너를 등교시키기 위해 세수부터 옷 입기까지 몽땅 엄마 손으로 해서 거의 끌고 가다시피 교실에 들여놓고 울면서 돌아오는 날이 허다했었고 마음을 열지 않고 무엇이 그리 두려운지 교실 책상에서 꼼짝도 못 하고 긴장하고 앉아만 있다가 오는 너를 아프게 바라보던 날들을 지나 그나마 학교에 마음을 주고 친..
큰 딸 2010.1.27 친하게 지내는 자폐성 장애 아이의 엄마가 그랬다. 씩씩해 보이기만 하던 그 엄마도 어느 날은 너무나 답답해서 아이들이 보지 않고 누가 듣지 않을 만한 곳을 찾아서 들어간 곳이 화장실이었다고. 화장실에서 물 틀어놓고 한참을 울다 나왔는데 다음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래층 여자가 너무 속상해하시지 말라고 말을 건네는데 그 순간이 죽기보다 싫었다고 했다. 일요일. 작년 여름방학에 끝냈던 중국어를 선생님께서 굳이 보충수업을 해주시겠다고 오셨다. 수업은 그만두시고 차 마시자며 이끌어도 고집스럽게 수업을 마치시고, 거실에 마주 앉아 거의 3년 가까이 보고 지낸 정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자신이 쌍둥이라는 것과, 쌍둥이 동생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으며 그로 인한 사춘기, 아니 한국으로 시집오기 전까지 고통스러웠..
장애아이는 왜 내 자식이면 안 되는가? 2014.1.22 나는 지현이의 장애를 아이 6개월이 넘어서 알았다. 태어날 때부터 감기를 달고 살아서 병원 문이 닫히기 직전 퇴근시간을 맞춘 남편과 함께 가느라 마지막 손님이기 일쑤였는데 어느 날 할머니 의사 선생님이 큰 병원에 가서 장애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였다. 태어날 때 병원에서 말을 안 해주더냐면서 사색이 된 내 얼굴을 보기 딱하셨는지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을 탓하시는 소리를 뒤로 하고 남편이 기다리던 승용차에 무너지듯 앉으며 선생님이 병원에 가서 검사 받아보라더란 말을 울음 반 정신없이 던졌던 것 같다. 그 순간 앞좌석 남편의 상체가 휘청하였는데 그 많은 시간을 보내고도 생생하다. 이후 한 달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처음으로 술에 취해 직원 등에 업혀 들어오는 남편을 보기도 했고 아닐 거야를 무시로 염불 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