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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뜰

언청이 / 도경회

 

 

 

 

 

 

 

 

 

 

 

 

언청이 / 도경회

 

 

  윗입술 은행잎 갈래 같은 돌바기 셋이 수술을 한다 핏줄 한테 버려져 고아원 원장이 아버지라 성이 같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제아무리 잘 달래고 안아주어도 발버둥치며 우는데 이 아이는 볼우물도 깊게 방글거린다 안아주려 손만 내밀어도 줄을 타는 거미처럼 재빠르게 안겨와 내 품 속 깊이 파고든다 꼼지락거리는 분홍 발가락 복사꽃은 지고 핏줄이 그리운 거야 콧등 찡해지며 가슴 더워진다 겨드랑이 아래 오래 전 마른 젖 핑그르르 도는 것 같아 젖몸살 심하게 앓듯 온 몸 저리다 품에 안은 채 수면제 주사로 재워 수술대에 살며시 눕힌다 입술에 남을 상처보다 핏줄한테 버려졌다는 견디기 힘든 아픔으로 우레 치는 폭풍 겪을 사춘기쯤의 네 모습 아른 거려 허방에 빠진 듯 하루종일 발걸음 휘청거린다

 

도경회 시집 <노래의 빛>, 푸른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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