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깥뜰

흐르는 것은 아름답다 / 도경회

 

 

 

 

 

 

 

 

 

 

흐르는 것은 아름답다 / 도경회

 

 

무명의 순교자

서둘러 산발치에서 올라온 봄

산벚 왕벚 구름송이 같은 꽃잎

한티성지 찰랑이는 햇볕 촘촘하게 얽어매 놓았다

그 먼 길 돌아 늦게늦게 찾아온 방문객의

주춤거리는 발길 덜컥 잡아채는가

산의 가슴께에서 오늘 한창이다

봉긋한 무덤 잘 썩어 부드러운 흙에 묻고 묻어

눈물로 키우던 애틋한 그리움

깜자주빛 할미꽃 피어 떨기떨기 일가를 이루고 있었네

할미꽃 가장 낮은 꽃잎에 봄볕 들어 챙강거릴 때

그 사람을 용서하게 해 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물속에 풍덩 나를 가라앉혔다

국수나무 남쪽 가지에 앉아

못 본 척 못 들은 척 꾀꼬리 한 쌍

서로 울어 구성진 가락

재를 넘고 산을 넘어 가슴 큰 흰 구름에 매달린다

 

 

우리詩 시인선 026 도경회 시집 <말을 걸었다>, 2014

 

 

 

 

'바깥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팝나무 꽃 피었다 / 도경회  (0) 2014.05.08
언청이 / 도경회  (0) 2013.12.18
가을 / 도경회  (0) 2013.11.14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 백석   (0) 2013.03.13
봄길 / 정호승  (0) 2012.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