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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은 후

티베트의 즐거운 지혜 /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

[티베트의 즐거운 지혜]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 / 류시화 · 김소향 옮김 / 문학의 숲

 

 

20대 내 삶의 방향을 바꾼 책이 있는데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이다.

그때 어찌나 내 마음 중심에 깊이 파고 들었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어지간히도 좋은 책이라고 권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나처럼 그 책이 그렇게 좋았다는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도 기억한다.

사람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 다르게 느껴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 때 나의 문제는 한마디로 젖을 떼지 못한 아이 같았다고나 할까?

학교를 마치고, 직장에 시험보러 갈 때도 큰오빠와 동행을 했고, 면접 후까지도 오빠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누구에게나 칭찬받는 사람으로 완벽하게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던히도 열심을 냈는데

나의 성실함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비위에 맞지 않으면 좋은 소릴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게 그토록 힘들었다.

부모님에서 선생님으로 직장상사로 이어지는 칭찬의 고리에 어지간히도 단련되어 있었었다.

 

어느 날 이건 아닌거 같다는 생각에 하루는 아프지도 않은데 결근을 하고 강변 바위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면서 하루종일 생각을 했었다.

그 때 읽었던 책이 [아웃사이더]였는데 핵심은 우리말로 바꾸면 열외자, 국외자가 되라는 것이었다.

강물에 휩쓸려가면서는 어떤 것을 보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할 수 없다.

강물에서 한 발자욱 떨어져나와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생각하라.

내가 강물에 빠져서는 나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요지였던 것 같다.

그 강렬함이 내 삶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되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아웃사이더를 읽으면서 느꼈던 그런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명상을 시작하는 자세부터 명상의 여러 방법들을 알려주며 밍규르 린포체가 하고 싶은 말은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자신과 자신이 보고 있는 것과의 사이에 작은 공간을 경험하라는 것이다.

"보는 자가 보이는 대상보다 크다" . 본문 소제목인데 멋진 말이다.

 

명상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잠재능력을 깨닫고 자신에 대한 의견이 긍정적이고 건강해지며 자신감이 커지면

주위 모든 사람들에게도 자신과 똑같은 잠재 능력이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하고 그들 내면의 두려움과 불행을 알아차리고 공감하게 되며 분명 문제보다는 해결책에 중점을 두고 그들을 대하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명상을 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비심을 갖게 해주는 일인데, 그것은 자신의 마음을 바라볼 때마다 주위사람들 역시 자신과 비슷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밖에 없으며 다른 사람도 똑같은 갈망을 가지고 있음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을 느끼는 것이 지혜이며, 그 지혜는 책 속에 있지 않고 깨어 있는 마음 속에 있다고 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과 자신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아는 일이며, 즐거운 지혜에 이르는 길이다 라고 마무리하고 있다.

 

쉬운 언어로 실제의 음성을 듣는 것처럼 편안하게 읽어가면서

명상이라는 것이 수행자들만 행하는 아주 어려운 것이 아닌, 설거지를 하면서도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할 수 있는

내 마음을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과 한번에 통찰이 얻어지는 것이 아닌, 꾸준한 반복 수행이 필요한 것임도 알았다.

 

적고 싶은 것이 참으로 많은 책이다.

곁에 두고 잠깐씩 마음이 어지러울 때 읽으면 참으로 좋을 책을 만났다.

 

 

 

★ 린포체란 과거생에 출가 수행자로 수도에 전념하다가 죽은 후 다시 인간의 몸을 받아 환생하였다는 것이 증명된 사람을 말한다.

 

    밍규르 린포체는 위대한 명상 수행자 욘게이 밍규르 도르제와 캬브제 캉규르의 환생으로 인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