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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을 마무리하며

 

지현이가 내일이면 방학을 한다.

그건 중학교 2학년의 생활을 마친다는 의미이다.

일반 초등학교 다니다가 중학교를 특수학교에 보내고자 할 때의 그 많은 고민과 아쉬움들을 어쩌지 못한채, 지현이는 중학교에 진학했다.

유치원, 초등학교를 일반학교에 다니다보니, 복지관이나 치료교실에 다니면서 만난 장애친구들을 봐왔음에도 불구하고

지현이 자신이 겪는 정체성을 중학교 1학년 과정 내내 여실히 보여주었다.

자신이 장애를 가졌음에도 다른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낯설고 두렵기도 했던가보다.

그러던 지현이가 2학년에 들어오면서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초등학교 6년 내내 아침마다 겪어야 했던 학교에 가는 전쟁에서 놓여나서, 이제는 가야하는 곳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너무나 복합적이고 내밀한 것이어서, 내가 갖는 안도감만으론 규정할 수 없는 또 다른 느낌과 농밀하게 엮여있다.

지현이가 어느 영역에도 속하고 있지 않다는 아슬함이 주는 예민함도 없어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는 지현이의 발걸음에서도,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의 표정에서도, 잠자기 전까지 너무나 즐거운 아이의 웃음에서

그동안 아웃사이더로 생활했던 학교가 아닌, 자신이 주체가 된 학교생활을 한다는 느낌이 그대로 느껴진다.

유치원 실습을 하면서 공군부대에 견학을 간 적이 있다.

그때 넓은 주차장 한 켠에서 휠체어를 탄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너무나 즐겁게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지현이 학교 휠체어를 타는 친구들인가 보았다. 아이들과 거의 同數인 선생님들과, 게임에서 더 많이, 아주 많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이시는 선생님들.

그렇게 즐거워하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조금씩 표정이 밝아지고, 불편한 몸으로 함께 하려고 노력하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자리를 떠나는 내내 웃음을 거두지 못하고, 눈길도 거두지 못하고 발걸음을 옮겼었다.

지현이가 그런 선생님들의 사랑과 배려로 오늘의 이 모습이 된 것 같아서 감사하다.

소풍을 가서 찍은 사진에도 항상 하트를 만든 손과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선생님.

2학년 내내 사랑을 주시고, 지현이를 비롯한 반 아이들을 이해해 주시려고 많은 노력을 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지현이가 3월에 새학년이 되더라도, 적응기간이 길지 않고,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빨리 선생님과 친해지고, 아이들과 친해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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