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도경회
저 강이였을까
푸른 달의 계곡 휘돌아 흐르는
- 내 눈감거든 소지 종이에 큰애 이름 적어
가슴에 넣어라
내 심장에 붙이거라
길 가다가 맑고 큰 강 만나면 훨훨 띄워 보내마
어머니의 저승길도 막아서는 뇌성마비 첫 외손자
초행길 가벼우시라고
지킬 수 없는 애달픈 언약
아이웃음 방긋 방긋 발에 밟고
햇볕 장글장글한 날 어머니는 떠나셨다
팔랑 팔랑 나부끼는 하얀 저고리 고름
복사꽃 짙은 향에 하얀 치맛자락 둥실 부풀어올랐다
옷고름 뒤에서 밤을 밝힌 나비 떼 동무 삼아
어머니 훨훨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 시집 외나무다리 저편 (푸른별 현대시선 24)
아침 미사를 보고 나오는데 대모님께서 손짓으로 불러세우신다.
수줍게 선물인데... 내 책이다... 하시며 주신다.
집에 와서 봉투를 열어보니 고운 시집이 들었는데
대학병원 수간호사이신줄만 알았던 대모님이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셨다.
가슴으로 쓴 사랑과 아픔을 녹여낸 시들이 그득하다.
오늘 이 시는 내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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