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깊다
도경회
학교에서 친구한테 맞아
오늘도 눈언저리 붉습니다
아가, 니 얼굴이… 채 말이 끝나기도 전
잠투정하던 새끼제비 날개 죽지에 머리 파묻듯
어미 품에 머리 파묻습니다
푸른 탯줄 저려오는 내 영혼 한 조각
떨어져 나가는 것 보았는가 벽오동
한숨 내쉬며 잔가지 몹시 떨고 있습니다
그래 그래 괜찮다 괜찮다
배냇병신 팔삭둥이 훌쩍 자라
에미보다 한정 없이 넓은 등 쓸어봅니다
심장을 움켜잡힌 듯 온 몸에 열꽃 솟아 꾹꾹
한탄을 눌러 담는 수척한 두 눈에
이끌고 온 저녁 어스름 속뿌리 까지 뎁히던
붉은 노을 가득 차 떠날 줄 모릅니다
-시집 [외나무다리 저편]에서
날씨가 덥다. 무덥다. 더위를 잊고자 편안히 누워서 읽어내려가던 시
가슴을 뜨겁게 한다. 속뿌리까지 뎁히는 자식을 둔 인연으로 내 대모가 되셨는데 시를 읽을수록 겉으로는 절대 표현하지 않으시는 평소의 모습 너머의 녹록치 않은 견딤의 시간이 느껴져서 함께 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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