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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은 후

사랑하지 말자 / 도올

 

 

 

빨리 읽고 신랑이 읽은 다음엔 추석에 내려온 민경이에게 들려 보내야겠다 마음먹었으나

후반의 '천지'편에서 발목이 잡혀 계획이 어그러진 사정을 얘기했더니

웃으면서 학교에서 빌려볼 테니 그냥 편하게 보세요 한다.

끝내 '천지'편을 건너뛰니 읽는데 다시 즐거움이 찾아왔다.

어려운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다.

 

지난 학기 민경이는 시간표를 잘 짠 거 같다고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자신이 원하던 과목을 다 신청할 수 있었던 행운을 믿을 수 없어했다.

그만큼 교수님들의 강의가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좋아했었는데

시험을 보려니 강의가 목요일에 원래 3과목인 데다가

화요일 시험이 목요일로 밀리면서 4과목을 하루에 다 보게 되었고

동기들의 동정을 한 몸에 받았던 날,

심장을 데우던 강의의 여운이 시험지 앞에 무참히 스러짐을 예고한

전화 목소리는 한탄과 자조를 넘어서 바스러질 지경이었다.

 

시험 따위는 안중에 없이 집중하여 강의를 들은 느낌.

민경이가 미처 다가올 사태를 짐작 못하고 경험했을 바로 그 느낌이었다.

쉽지 않은 경험인데 그런 행복한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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