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의 정신도 최대로 성장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아주 조금밖에 자라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그 권리는 나나 다른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것이다. 아이에게 아이가 알 수 있는 것을 배울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그건 잘못된 일이다." 그렇게 해서, 이렇게 슬픈 여정을 거쳐서 나는 인간의 정신에 대한 경외심과 존중을 배우게 된 것이다. 인간성에 있어서는 모든 사람이 동등하며 누구나 인간으로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가르쳐 준 것이 바로 내 아이였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른 사람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받아서는 안 되며 누구나 세상에서 자기 자리와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 아이가 없었더라면 이런 사실을 깨달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나보다 못한 사람을 참지 못하는 오만한 태도를 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가 나에게 인간성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 셈이다. - 본문에서
이 책을 이제야 본다.
제목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자라지 않는 아이' 라는 전제하에 쓰인 글에 대해 선입견을 두고 있었다.
아이의 장애 사실을 안 순간 부모에게 벌어지는 심리적 충격과 받아들임의 과정은 헉! 소리를 낼 만큼
내 기억과 닮아서 아팠다.
캐롤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보여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시대적 상황이 정신지체의 딸이 있다는 사실 공개 자체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 때였음을 감안하면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시설에 맡겨두고 헤어지는 장면은 말초까지 전율케 했다.
아이는 자란다. 지식은 자라지 않을지 몰라도 지혜로움은 자란다.
생활연령은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져서 부모가 무조건 뒷바라지를 한다는 수고로움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위로받고, 기쁨을 얻는 쪽으로 조금씩 수평 이동함을 체험적으로 느낄 수 있다.
순리대로 살고 싶다.
먼훗날을 위해 오늘의 평화를 버리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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