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쓰인 책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 말미에 북풍과 다이아몬드가 나누는 이 대화를 읽는 순간 깜짝 놀랐다.
가진 자식과 재산을 몽땅 잃고도 믿음이 변하지 않은 욥에게 두 배의 축복을 주셨다는데
잃은 자식이 다른 자식으로 대체될 수 있는 건가 절망했던 마음.
내가 욥기를 읽다가 마음이 아파 성경책을 덮은 이유와 너무도 같은 느낌이었다.
"일주일 전에 네가 아가에 대해 부른 노래를 기억하니? 아가가 어미 양들을 잃어버렸다가 그 수의 두 배나 되는 새끼 양들을 얻었다는 노래 말이야."
북풍이 풀밭에 앉아서 다이아몬드를 다시 무릎에 내려놓고 물었다.
"기억하고 말고요. 하지만 저는 그 노래가 마음에 들지 않아요."
"왜? 이유가 뭐지?"
"이것이나 저것이나 다 똑같다고......, 그러니까 잃어버린 한 마리보다 새로 얻은 두 마리 양이 더 좋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요.
저 나름대로 많이 생각해 봤는데, 육 펜스짜리 은화는 이것이나 저것이나 똑같지만 스무 마리 새끼 양은 얼굴을 잘 알고 있는 한 마리 양을 대신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만약 두 눈을 들여다보고 마음속 깊은 곳까지 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나 그 사람을 대신할 수 없을 거예요.
새로 나타난 사람이 아무리 아름답고 착하다 해도 사라져 버린 사람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을 거라고요.
그러니까 북풍, 제가 지금 꿈을 꾸고 있을 뿐이고, 당신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두려울 수밖에 없어요.
북풍, 당신은 제가 사랑하는 실제의 아름다운 북풍이라고 말해 주세요."
북풍을 빌어 하느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저자가 열한 명의 자녀 중에서 세 명의 자녀를 결핵으로 잃었다더니
자녀가 아플 때 이 책을 썼을까.
다이아몬드가 아플 때마다 만나게 되는 긴 머리의 아름다운 여인으로 표현되는 북풍.
그 뒤편이 두려운 곳이 아니라 노래가 흐르는 아름다운 곳이라고
너는 세상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귀한 존재라고 가슴으로 말하는 사랑을 느낀다.
다이아몬드가 누구의 아들, 수동적 아이로 표현되지 않고 북풍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는 인격체로 보여서
더 아름답고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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