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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뜰

냄새

 

 

2교시가 지난 후 복도를 가득 채운 조림 냄새.

한쪽으로 고개가 들려지며 맡게 되는 맛난 냄새.

고프지도 않은 배를 출렁이게 한다.

점심시간, 냄새를 기억하기만 해도 침이 가득 고여오는 기대감에 식판을 들고 섰는데

맡았던 냄새와 매치되는 음식이 하나도 없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무렵.

예전에 엄마가 해주셨던 음식, 젊었을 때 맛나게 드셨던 음식을 원하셨다.

매번 밥 하는데 고민이 되던 시절이었는데

어느 날 밥상을 들고 방에 들어가니 아버지께서는 반찬 하나가 올라오지 않았다고 역정을 내셨다.

분명 아까 맛있는 냄새가 났다는 것으로, 그 냄새가 나는 반찬이 없으므로

이것은 그 반찬을 지들끼리 먹을 양으로 빼놓았다는 단정적 논리.

속상하고, 억울하고.

그런 죄 받을 일을 설마 딸이 하겠느냐는 말끝에야 수저를 잡으셨던 아버지.

 

식판을 받아놓고 아버지가 생각나서 한동안 바라만 봤다.

하늘은 맑고 공기는 찹고.

울 아버지 가신 날이 가까워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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