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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뜰

장애아이는 왜 내 자식이면 안 되는가? 2014.1.22

 

나는 지현이의 장애를 아이 6개월이 넘어서 알았다.

태어날 때부터 감기를 달고 살아서 병원 문이 닫히기 직전 퇴근시간을 맞춘 남편과 함께 가느라 마지막 손님이기 일쑤였는데 어느 날 할머니 의사 선생님이 큰 병원에 가서 장애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였다.

태어날 때 병원에서 말을 안 해주더냐면서 사색이 된 내 얼굴을 보기 딱하셨는지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을 탓하시는 소리를 뒤로 하고 남편이 기다리던 승용차에 무너지듯 앉으며 선생님이 병원에 가서 검사 받아보라더란 말을 울음 반 정신없이 던졌던 것 같다.

그 순간 앞좌석 남편의 상체가 휘청하였는데 그 많은 시간을 보내고도 생생하다.

이후 한 달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처음으로 술에 취해 직원 등에 업혀 들어오는 남편을 보기도 했고

아닐 거야를 무시로 염불 외듯 하는 나를 마주 보며 결국 지현이가 다운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아 들었다.

다행히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젖 먹이며 너무나 예쁜 지현이에게 정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실제적으론 아무것도 달라질 건 없었다.

 

얼마 전 인터넷 뉴스에서 다운증후군 아이가 선천적으로 심장질환과 다른 합병증 등을 갖고 태어났는데

치료를 거부하고 부모가 쌍둥이 중 건강한 다른 아이만 데리고 퇴원했다는 기사를 보고 많이 안타까웠다.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돌아서서 가는 부모가 평생 죄의식 없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 함께 퇴원한 건강한 아이에게 온전한 삶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의 행복이 좋은 것, 편한 것에서만 얻어지는 열매는 아니라는 믿음에서 오는 안타까움과 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는 그 선택이 슬픔으로 다가왔다.

 

장애 아이를 받고 모든 것이 무너진 세상에 홀로 내동댕이 쳐졌다고 느끼고 있을지도 모를 부모들이 있다면

선택한 길, 선택하지 못한 길, 가고 싶지 않지만 가야 하는 길

모두 만나는 곳은 같은 곳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현재 내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용기를 가지고 주어진 생명 가슴에 꼭 품어 안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삶도 똑같은 삶이다.

 

장애를 가진 우리 지현이를 다른 장애를 가진 친구들보다 더 잘 키웠다고 자부할 수 없기에

이런 글도 쓸 수 있다고 용기를 내본다.

건강한 아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아이, 부모의 자랑이 되어줄 수 있는 아이가 아니라고

피할 수도, 피해서도 안 되는 것이 부모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저 부모 품에 맞게 사랑하고, 다른 자녀와 똑같은 기준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 아닌가

지금에 와서 생각하게 된다.

장애라는 진단이 내려진다는 것은 우리의 힘으로 더 이상 진전시킬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확인이고

그 안에서 아이와 부모 모두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찾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비장애 형제나 자매에게 평등한 부모의 관심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크다.

 

장애를 가진 자녀를 비범하게 키워내신 분들도 있지만 그저 평범히, 아니 다른 엄마였으면 좀 더 잘 키울 수 있지 않았을까 후회하는 시간이 더 많았던 사람으로서

그래도 그 자식을 외면하는 것보다는 내 자식으로 품어 안는 것이 더 행복할 수 있는 삶이 되는 것만은 확실하다는 체험적 용기를 전달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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