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가슴에 턱하고 박혀오는 것이 있을 때
잠시 몸의 기운을 모조리 비워내고 그 감정에 온전히 젖어있고 싶을 때가 있다.
책장을 덮으면서 그랬다.
옷을 지어 쌀을 사고, 자식들 공부시키는 어머니의 삶.
풀잎처럼 평범하지만 본연의 삶을 완성한 한 인간에게 묵음으로 바치는 찬사.
한숨처럼. 수덕의 삶에 눈물이 고인다.
내 어머니의 삶이고, 다른 어머니들의 삶이다.
눈이 멀고, 몸이 오그라들어 못쓰게 될 때까지 바느질로 지킨 우물집의 삶.
인내와 절대고독과 거듭되는 인내. 고독...
한땀 한땀. 그 다음 땀만을 생각해야 연결되는 누비 바느질처럼
더 먼 곳을 보고는 지켜낼 수 없는 거친 나날들을 지켜낸 진중한 삶의 미학이다.
무명, 삼베, 명주, 양단...
그때의 하늘과, 그때의 먼지, 그때의 음식에도
옷감의 느낌을 투사하여 표현한 감각.
그시대의 생활을 고증하였다고 해도 무방한 실존감.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색, 무늬, 결을 손으로 만져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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