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 창비
한강의 소년이 온다. 그 광주의 일들은.
화면으로 본 작가의 생기없음이 마치 그 시간을 다 토해내고 함께 구멍난 가슴팍으로 피를 철철 흘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되지도 않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너무도 차분하게, 침착하게 그 날, 그 시간을 촘촘하게 묘사해서
한번의 절규도 없이 선지같은 핏덩이가 가슴에서 토해지는 심정이었다.
경험하지 못했지만 꼭 알아야만 할 진실.
단지 그 시공간에서 살아 남았다는 이유로 정체되고 부유하던 사람들을 조명했던 다른 소설들이
한강의 소설을 읽고서야 비로소 얼마나 진진하게 너의 탓이 아님을 증명하려 했고,
위로하려 했는지를 짐작이나마 하게 되었다.
몇 년 전 조정래 작가가 젊은 작가들이 장편에 뛰어들지 않음을 안타까워했던 인터뷰를 본 적 있는데
이런 내용의 소설이라면 장편이 아니라도 충분하다는 기꺼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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