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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은 후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어쩌다 소설을 쓰기 위한 자질을 마침 약간 갖고 있었고, 행운의 덕도 있었고, 또한 약간 고집스러운(좋게 말하면 일관된) 성품 덕도 있어서 삼십오 년여를 이렇게 직업적인 소설가로서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아직도 나를 놀라게 한다. 매우 크게 놀란다. 내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요컨대 그 놀람에 대한 것이고, 그 놀람을 최대한 순수한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는 강한 마음(아마 의지라고 칭해도 좋으리라)에 대한 것이다. 나의 삼십오 년 동안의 인생은 결국 그 놀람을 지속시키기 위한 간절한 업이었는지도 모른다. - 무라카미 하루키 「후기」에서


어쩌다 한 권의 소설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계속 소설가로 살기는 어렵다는 어필은

내재한 자질, 꾸준하고 성실한 태도가 요구되는 직업이라는 명제에 수반된 자부심으로도 느껴진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달리기를 하고, 하루에 글이 잘 써질 때도 정한 분량만큼만 쓰고,

잘 써지지 않는 날에도 정한 분량을 채우려고 노력한다는 성실함과 고집스러움은 투철한 직업인의 그것이었다.

그리고 미개척의 길을 가장 좋은 상황에서 선택해서 도전하고, 하나의 포지션에 안주하지 않는 정신으로

바람직한 목표, 건전한 야심을 손에 넣었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모습은 멋지다.

소설가로서의 삶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잘살고 있는 멋이 있는 사람을 본 것 같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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