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아려서 웅크리게 되는 그 느낌.
정말 마음이 아프면 신체적 가슴이 아프다는 걸 알아버린 그 시간은 잊어야 산다.
그래서인지 모든 생각과 글과 삶에서 멈춰야 하는 선을 안다.
그런데 한강이라는 작가는 그 선을 넘는다.
작가 자신은 정말 이 책에서의 경하처럼 매일 유서를 써야 하는 심정일지도 모르겠다.
매번 그의 글은 심장을 움켜쥐고 있는 사람을 얘기한다.
소년이 온다 이후 제주 4.3을 얘기하는 이 글은 현기영 작가의 그것처럼 쨍하니 날 것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나깟줄처럼 엮여 퍼렇게 얼어버린 기억을 한 부분 베어 해동해 내놓은 것 같다.
왜인지도 모를 상황에 당면하여 단말마의 비명으로 죽어야 하는 참담함을
펄떡거리게 표현하지 않았지만 기억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전달해주고 있다.
죽고, 죽은 사람들의 가족들이 납득할 수 없었을 상황.
우리 땅에서 우리의 손으로 일어난 사실이라는 게 믿을 수 없다.
무엇이 이 발광을 용납했던 것일까.
아니 용납된 적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미친 그 시간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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