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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뜰

장애 형제 자매들은 어떤 상태인지 알려주세요

오늘 온라인 연수 마지막에 교수님이 질문을 채팅창에 올려달라고 하셨는데
한 선생님이 장애인을 동생이나 형, 누나로 둔 형제들의 상태를 알고 싶어 하셨다.
교수님의 답변을 들으며 다소나마 내 경험이 도움이 되길 바랐지만 그냥 이렇게 혼자서 얘기하게 된다.

선생님의 질문은 직업특성상 학교에 다니고 있는 형제자매들의 청소년기 통과 과정을 지켜보며
걱정반 우려반 부정적 감정이 더 많은 상태인 것 같았다.
방황의 시간이 개개인마다 다 다르겠고 그 시간을 통과하는 과정이 힘들다고 피할 수 있는 길이 아니어서 더 많이 아프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짐작해 보지만 그럼에도 장애 형제자매의 유무가 본질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일부의 변명은 될 수 있어도 필연적 인과관계는 아닐 거라는 확신이 있다.

나의 경험을 한정해서 얘기한다면
장애인 동생을 둔 큰 딸의 마음이 어떤 상태였을지 부모인 나는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엄마 몰래 동생을 꼬집기도 했다고 실토하는 걸 보면 그때의 내 아이 찡그린 표정이 눈에 보이듯 그려지면서도 다 커서 실토하는 마음을 다시 읽어보면 그만큼 딛고 일어서 성장한 모습인 것 같아 다행스럽기도 하고
부모로서 미안하다 않다 하기도 어려운 불가항력의 힘을 느낀다.

큰 딸은 7살에 유치원에 처음 들어온 5살 아기반 동생들을 보고 집에 와 엄마에게 왜 별님반 친구들과 지현이는 달라요?
이렇게 한마디 물음을 던지고는 표정이 무겁게 침잠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들어가서 다운증후군에 대해 엄마에게 들었던 내용을 어떻게든 받아들여 같은 층 1학년에 다니는 동생에 대해 묻는 자기 반 친구들에게 21번 염색체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이 안쓰럽게 보인다며 담임선생님이 전화하셨던 날도 잊히지 않는다.
그때부터 더 책임감을 느끼며 큰 아이가 동생으로 인해 관심받지 못한다고 느끼지 않게끔 마음을 쓰면서
지현이의 결정적 교육시기에도 아이들에게 가는 부모의 관심 수평이 5:5에서 아무리 양보해도 6:4의 비율은 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유아기와 초등학교 때는 지현이가 조기 치료교실과 언어치료, 운동 등 그 시기에 해야만 하는 프로그램이 많았지만
가족이 모두 모이는 저녁시간을 갖기 전 집에 들어와서 함께 저녁을 먹고, 운동과 산책을 하고, 거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모두가 한 가족이라는 평범하지만 필요한 생활을 함께 했다.
아빠가 저녁을 어떻게든 가족과 함께 하려고 노력했던 그 마음이 지나고 보니 큰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고
지현이의 장애가 우리의 삶에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달라지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 모습을 아이가 자연스럽게 배우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동생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하는 시선들을 어쩌지 못했을 테고
그래서인지 철이 일찍 들었고, 자기 자신을 보다 더 증진시켜야 한다는 목적의식도 생긴 듯했다.
공부를 열심히 했고, 책을 많이 읽었고, 엄마를 아끼고, 아빠를 챙기고, 동생이 부당한 처우를 받으면 대신 분개할 수도 있게 되었다.

 

작년이었던 것 같다. 30대에 접어든 큰 아이는 대학 동기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다가 각자 자기 동생이나 언니에 대해 얘기하며 서로 더 속상하다고 열을 내길래 위로한다는 마음으로 우리 동생은 장애를 가지고 있어. 그렇게 주위를 환기시켰더니 도리어 차라리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이해라도 할 수 있지. 라며 장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새로운 평가를 받았던 모양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전화로 엄마, 살다 보니 이런 말도 들어 보네? 해서 웃었었다.

 

나이를 먹고, 살아보니 장애는 정말 살아가는데 본인이 답답하고 억울하게 느낄 수 있는 문제일지는 몰라도

장애를 가진 형제의 생태적 존재를 빌미 삼아 자신의 삶의 선택에 변명의 도구로 삼는 것을 당연시할 문제는 분명 아니라고 그 선생님께 말해주고 싶었던 욕구가 컸던 모양이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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