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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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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 읽는 노인 / 루이스 세풀베다 밀림의 사람이 아니었던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아내와 함께 아마존에 들어와 이태를 넘기지 못하고 혼자되어 수아르족으로부터 밀림에서 짐승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늙는다. 늙었다고 자각한 순간에 이주민들의 마을인 읍내 끄트머리에 오두막을 세우고 연애소설을 읽으면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에 짐승의 가죽에 눈이 멀어 어린 새끼들을 죽인 사냥꾼을 보복 살해한 어미 짐승을 잡기 위한 수색대에 어쩔 수 없이 동참하게 되고 혼자서 밀림에 남아 대치상태에 놓이게 된다. 마지막에 어미 짐승을 죽인 후 이 총이야말로 짐승이라 생각하며 강물에 던져버린 노인은 이따금 인간들의 야만성을 잊게 해주는, 세상의 아름다운 언어로 사랑을 얘기하는, 연애소설이 있는 그의 오두막을 향해 걸음을 떼..
국화와 칼 / 루스 베네딕트 언제 적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다. 일터를 옮기고 정신이 없을 때 선택, 몰입이 안 되는 시기에 읽는 우를 범했다. 내게 각인된 일본은 외할아버지께서 일제강점기에 겪으셨던 수모를 고스란히 기억해서 일러주셨던 엄마의 영향으로 그들이 갖고 있을지 모를 강점기에 대한 향수를 근절시키기 위해 우리 민족은 더 깨어 있어야 한다는 의식만으로도 결코 화해할 수 없는 이웃이었다. 동양적 정서때문인지 우리와 비슷한 것 같은 내용들을 읽어가다가 우리가 일제강점기를 거치지 않았으면, 훼손되지 않은 우리의 본모습은 어떠했을까 하는 궁금증과 아쉬움이 많이 생겼다. 저자는 일본을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고, 일본 기행문이나 영상물, 포로들의 녹취 등을 참조하여 저술했으며 결론적으로 일본은 기회주의적인 나라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본은..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최재천 한눈에 봐도 썩 재미있게 생긴 책은 아니라서 주저하다가 첫 장에 동물도 남의 자식 입양한다는 소제목을 보고 선택해서 읽기 시작했다. 동물학을 전공하신 교수님답게 동물의 속성에 인간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여 쓴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글 중에서 언어학자 촘스키 박사께서 하셨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인간의 언어와 동물들의 언어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간의 언어는 기본적으로 스스로에게 말하기 위해 생겨났다. 인간의 언어는 기본적으로 스스로에게 말하기 위해 생겨났다. 말을 하다보면 들어주는 사람이 어떤 해결책을 마련해줘서라기 보단 말하기 그 자체로 내 자신이 정리되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런것이었구나. 언어라는 것이.
재미 / 한상복 지음 "이집트 사람들은 저세상에 가면 신이 두 가지 질문을 할 거라고 믿었지. 하나는 인생에서 기쁨을 찾아냈는가 다른 하나는 남에게 기쁨을 주었는가."- 영화 중에서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려니 위의 문구가 있다. 읽기 전에 봤으면 분명 가지지 못했을 명징한 느낌이다. 남들 의식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의 중요함을 느낀다. 지은이가 책 앞장에 써둔 글 때문에 그게 제목의 일부분인 줄 알았던 나를 위한 작은 선물이라는 글. 다르게 보면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것들을. 그래서 재미있다. 재미는 다르게 보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은 남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로부터 당연하지 않은 것을 찾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재미는 그들의 안경이다. 재미있게 살자..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 데이비드 실즈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제목이 주는 묵직함 때문에 몇 번 들었다가 놨던 책인데 펼쳐들면서는 읽는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된다. 100살이 되어가는 아버지와 50살이 되어가는 나 그리고 10대의 딸을 통해 느끼는 삶의 연결고리, 죽음. 태어나서 죽기까지 우리 몸의 변화를 과학적인 수치들로 보여주고 후손을 남기기 위해 존재하는 나로 바라보게 하는 동물적 인식 유명인들이 죽음 앞에 정의했던 언어들을 통해 삶에 대한 다양한 각성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는 죽는다. 죽는다는 사실을 이토록 즐겁게 인지하게 하다니. 유전자를 남겨야하는 단 하나의 명분을 소화한 후 점차 노화되고 죽는 길만 남겨진 신체구조. 현재 나의 세포는 얼마만큼 쇠하고 감퇴되었는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언젠간 죽는다는 강한 공감이 생길법한데 의외로..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 정혜윤은 시사다큐 현직 프로듀서로 자신이 만난 사람들과 인터뷰한 내용에 그들에게 영향을 미친 책의 내용을 발췌, 끼워 넣고 자신의 생각을 써 내려간 매력적인 책을 냈다. 어찌나 똑똑하고 글이 암팡지던지. 진중권 한 권의 책을 발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정이현 불안으로 가득한 삶 안에 숨어 있는 열정 공지영 세상과 자신 사이의 화해, 나는 살기 위해서 읽었다 김탁환 한 권의 책은 더 나은 삶에 대한 열망 임순례 어떤 인물도 딱히 무엇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 은희경 읽었던 것들의 지혜가 끝나는 순간의 새로운 깨달음 이진경 저는 내면이 없는 인간이에요 변영주 그래야만 하는가?...... 그래야만 한다! 신경숙 한 시절의 순수를 찾아서 자기 자신을 소모해버린 끝의 긍정 문소리 빛은 내부에서 온다 박노자 불..
내가 무슨 선생 노릇을 했다고 / 이오덕 참된 사람교육은 나이 어릴수록 하기 쉽다. 어려운 것은 어른 쪽이고, 어른이 몸으로 해 보여야 하는 것이 어렵다. 글자를 가르치고 셈하기를 가르치고 노래를 부르게 하는 따위 교육은 모두 그 다음에나 할 일이다. 제비를 제비가 되게 하고, 고양이를 고양이가 되게 하듯이, 사람을 사람이 되게 하는 교육이 진짜 교육이다. 이런 교육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마침내 가장 못난 짐승들보다도 더 못한 괴상한 동물이 될 수 밖에 없다 (본문 중에서). 아이들을 믿는 교육이 되어야한다. 삶 속에서 배우는 것, 일을 하면서 배우는 것의 중요성. 행동하지 않고 글자로만 배우는 것의 허상. 많은 것을 원점에 두고 생각케 하는 책이다. 모든 부모들이 알고있지만 다른아이들과 비교하여 용기낼 수 없는 부분들을 과감하게 내 아이부터..
바둑 두는 여자 / 샨사 한 수 한 수는 영혼의 밑바닥을 향해 내려가는 발걸음이다. 나는 그 미로들 때문에 바둑을 사랑했다. 바둑은 기만의 게임이다. 오직 하나의 진실, 바로 죽음을 위해 온갖 허상으로 적을 포위해야 한다. 중국의 소녀와 일본군 장교의 이야기가 흑돌과 백돌이 차례로 놓이듯 서술되면서 만주의 쳰훵 광장에 이르게 되어 만난다. 서로 각기 다른 환경, 이데올로기, 사랑이야기로 포석을 깔고 말 한마디 없이 바둑을 두면서 서로의 마음을 뒤늦게 느끼고 우연히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만나 죽음으로 지켜지는 사랑을 한다. 그걸 바둑의 힘이라고 해야 하나. 죽음보다 앞서는 것이 사랑이 시작될 때의 감정이라고 해야 하나. 그들이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기엔 당면한 그들의 현재가 너무 부각되어 있어서 마치 수를 읽지 못하다 대마를 죽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