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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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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김연수 1991년 5월 학생운동의 복판에 서있는 주인공 '나'를 보면서 그 해 그 달이 내겐 꿈같은 결혼식이 있었던 달이라는데 생각이 닿으면서 삶이라는 게 같은 시간 속에 살면서도 이렇게 다른 모습일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이 첫 번째 든 생각이었다. 삶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관통되어 온다. 책 본문내용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1980년대 한국의 대학생들이 1980년 5월 광주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은 살아남은 것이라는 허무와 우연의 세계에서 벗어나 백주대낮에 시민을 살해하는 폭압적인 체제에 맞설 수 있는 존재, 서로 연대하였으므로 쉽게 죽지 않는 존재로 바뀌어나간 것처럼...... 그 시간 그 공간에 있었다는 이유로 궤도를 이탈한 위성처럼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 폭력에 몸과 정신이 훼손되는 속에서도 정신적..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 가르시아 마르케스 아흔 살이 되는 날, 나는 풋풋한 처녀와 함께하는 뜨거운 사랑의 밤을 나 자신에게 선사하고 싶었다. 라는 첫 줄로 시작하지만 첫 줄만으로 이 책의 내용을 짐작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아흔 살이 되는 날이라는 한마디로 나는 아흔 살이었던 아버지를 기억해냈다. 아버지는 12살 어린 그때 나이 열여섯 어린 새색시에게 부모형제가 없는 혈혈단신의 몸을 의지하고 60년을 살았다. 이른 저녁을 먹고 나란히 누워 잠들었으며 누구라도 한 사람 새벽 한 두시에 깨어나면 옆사람도 깨어나서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슨 양반, 어디 댁으로 일컬어지는 젊은시절 자신들의 친구 이야기에 새벽시간의 한 부분을 꼭 잡아두곤 하셨었다. 당신보다 어렸던 색시를 먼저 보내고 자식들의 집을 유랑하듯 돌아다녀도 봤지만 다시 찾을 수 없는 빈자..
티베트의 즐거운 지혜 /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 [티베트의 즐거운 지혜]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 / 류시화 · 김소향 옮김 / 문학의 숲 20대 내 삶의 방향을 바꾼 책이 있는데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이다. 그때 어찌나 내 마음 중심에 깊이 파고 들었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어지간히도 좋은 책이라고 권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나처럼 그 책이 그렇게 좋았다는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도 기억한다. 사람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 다르게 느껴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 때 나의 문제는 한마디로 젖을 떼지 못한 아이 같았다고나 할까? 학교를 마치고, 직장에 시험보러 갈 때도 큰오빠와 동행을 했고, 면접 후까지도 오빠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누구에게나 칭찬받는 사람으로 완벽하게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던히도 ..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는 미술책 / 김영숙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는 미술책] 김영숙 / 휴머니스트 저자는 르네상스, 매너리즘,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사실주의와 인상주의, 입체주의, 추상화 등 미술사의 흐름을 색다른 눈을 가진 화가들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았다. 힘없는 사람들이 고통받는 부조리한 세상을 바꾸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