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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넷으로 그린 그림들 아주 오랜만에 색칠 그림을 그렸다. 물감으로도 이렇게 스케치만 하고 끝냈었는데,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숫자 3을 그리고 교통표지판 같은 색칠을 했고, 가장 잘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 그림은 색칠도 했다. 이쁘고로.
한 여자 / 아니 에르노 처음부터 픽션이 아닌 역사적 경험과 개인적 체험을 혼합한 글쓰기를 해왔다고 작가 소개에 적혀있다. 이 책은 어머니를 잃은 후의 딸 이야기를 적었다. 앞으로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여자가 된 지금의 나와 아이였던 과거의 나를 이어 줬던 것은 바로 어머니, 그녀의 말, 그녀의 손, 그녀의 몸짓, 그녀만의 웃는 방식, 걷는 방식이다. 나는 내가 태어난 세계와의 마지막 연결 고리를 잃어버렸다. 책 중반이 넘으면서 가슴은 먹먹해지고 피부는 차갑게 돌기했다. 치매는 아니셨지만 장기간 투병하신 엄마를 바라봤던 나의 경험이 빠르게 겹쳐졌다. 작가와 달리 나는 시간이 많이 흐르고서야 지친 나의 투정이 개입되지 않은 당당하고, 활기있고, 종교조차 자식을 위한 도구로 사용한 강한 모성의 정점인 엄마를 바로 보..
스케치 소품 요즘은 그림 한 장을 못 그린다. 색칠은 바라지도 않은지 오래. 그림, 컴퓨터 게임에 시들해졌지만 설거지나 빨래 개는 엄마 옆에서 거들고 싶어하고, 청소하는 것도 좋아하고. 가장 좋아하는 것은 먹는 것. 피자나 치킨 광고 스티커를 냉장고 옆에서 떼어 들고 와서 전화기도 옆에 촥 ..
소설가의 일 / 김연수 이 인생은 나의 성공과 실패에는 관심이 없다. 대신에 얼마나 대단한 걸 원했는가, 그래서 얼마만큼 자신의 삶을 생생하게 느꼈으며 또 무엇을 배웠는가, 그래서 거기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겼는가, 다만 그런 질문만이 중요할 것이다. 성공을 간절히 원하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지금 현재를 노력해서 살 뿐 미래는 나의 힘으로 결정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어쩌면 결정되어진 길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 뭐 이런 중언부언 평소 나누던 이야기들에 빠졌던 한가지가 위의 글귀를 만나는 순간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자신의 삶을 생생하게 느꼈느냐, 배웠느냐,가 주는 생동감이 자칫 미래 예정설로 받아들여질 소지를 없애줄 때의 만족감이랄까. 나는 소설가가 될 일이 없는 사람이지만 이 ..
불륜 / 파울로 코엘료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책. 온전히 공감하지도, 못할 것도 없는 그런 주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는 설명엔 완전히 공감하지는 못하겠다.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해 생각게 한다면 몰라도. 다 읽고난 후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가 생각나기도 하고. 외로운 존재이지만 인간은 얼마나 주체적이고 독립적인가. 존엄성을 잃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편하다. 생물학적 욕구 충족에의 갈망은 사랑이라는 포장지를 두르고서도 굴욕적인 경우는 더. 자연의 섭리. 순리의 삶. 내면의 풍랑은 외부의 힘으로 잠재울 수 없다. 삶의 열매는 다양하다. 주인공의 나이가 30대 초반인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시간의 물결을 잘 견디고 중심을 잡으면 저절로 알아지게 되는 것일지도. 자신을 학대한다는 느낌. 주변을 향한 거짓말들. 금지선을 넘은..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 / 다이 시지에 저자 소개 1954년에 중국의 푸잔에서 태어난 다이 시지에載思杰는 문화 대혁명 기간에 ‘부르주아 지식인’으로 지목돼 1971년부터 1974년까지 산골에서 재교육을 받고, 1976년에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마오쩌둥이 사망한 후, 대학에서 예술사를 전공했으며, 1984년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영화 학교를 졸업하였다. 2000년 프랑스 언론이 극찬한 첫 장편소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뒤, 2003년에는 두 번째 장편소설 『D 콤플렉스 LE COMPLEXE DE DI』로 페미나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다. 그는 또한 영화 〈중국, 나의 고통〉(1989), 〈달의 수영선수〉(1994), 〈11세기의 당나라〉(1998) 등의 감독을 맡았으며, 〈발자크와 ..
붓펜으로 그린 글자
그 후 / 나쓰메 소세키 지식인. 아버지의 전폭적 경제적 지원으로 삶을 영위하며 돈을 벌기 위한 생활을 세속적이라 믿는 사람. 모순. 권태. 탐미적 취미. 다른 일을 하다가 읽으려고 다시 집어 들면 들던 생각. 그 모든 구실 중에도 인간이 독립된 자존을 외치려면 경제적 독립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나. 지식의 연못에 빠져 있어도 허울뿐. 가장 먼저 부각되는 그런 면들에 거듭 답답했다. 끝까지 읽다 보니 작가는 의식했던가 보다. 다이스케가 아버지에게 경제적으로 완전 종속된 것처럼 일본의 근대화 또한 그러하다고. 그러한 사람 다이스케는 자신이 여자로 느끼고 있었을. 그 마음을 자신도 몰랐을. 친구의 여동생. 셋이 함께 어울리던 친구가 아내로 맞아들 도움을 주었던. 몇 년 후. 친구의 아내. 남편 역할의 부재를 떠나. 그 여자를 사랑하는..